〈광장〉은 조선시대 임금님의 지엄한 목소리를 담은 글씨, 어필을 모티브로 그렸습니다. 어필 중에서도 저는 글씨를 잘 썼다고 알려진 세조 임금의 한자 어필을 참고했습니다.
세조 임금 어필은 해서체 양식으로 균형감 있게 잘 쓰인 글씨이며, 힘 주어 천천히 눌러 쓴 듯한 글씨입니다. 지긋이 눌러 들어간 획은 맺어질 때까지 차분하게 이어져서 힘있게 맺어집니다. 이러한 세조 임금 어필을 모티브로 한 〈광장〉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광장에서도 기가 눌리지 않고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조 임금의 한자 어필에서 다양한 획의 모양을 직접 그려보면서 분석하고, 한글의 구조에 적용하기 적합한 획을 찾아보았습니다. 한자 어필에서 획의 길이, 획이 놓인 위치와 공간, 인접한 획과의 관계 등에 따른 획 모양의 변화를 찬찬히 뜯어보았고, 여기서 발견한 원리를 〈광장〉 획 디자인에 적용했습니다.
한글 디자인에 필요한 모든 획을 한자 어필에서 가져올 수는 없어서, 다른 글자의 모양에서 힌트를 얻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ㅇ은 한자에 없는 모양의 획입니다. 그래서 ㅇ은 〈광장〉의 뼈대이면서, 해서체의 맥락을 가진 〈한성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그렸습니다.
광장은 붓글씨를 보면서 획을 그렸기 때문에, 같은 가로 획이라도 모양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글자 굵기가 굵은 편이어서 각 글자의 획 수에 따라 표현을 조절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광장은 상황에 따라 맞는 획 모양을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짧은 획은 붓으로 점을 찍은 것처럼 표현했는데, 첫닿자 ㅍ과 받침 ㅍ에서 모양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 경우 모양을 생략하여 공간을 조절하기도 했는데, 일부 ㅇ의 꼭지를 생략한 것이 그 예입니다.
광장의 글자 구조(뼈대) 작업은 구한말에 많이 사용했던 활자 ‘한성체’에서 시작했습니다. 한성체는 ‘글꼴의 균형이 약간 오른쪽 위로 들린 전형적인 정사각틀 해서체’로, ‘비교적 세로쓰기의 기능성이 잘 살아있는’ 글꼴입니다.*
* 박지훈(2011), ‘새 활자 시대 초기의 한글 활자에 대한 연구’. “글짜씨 3”. p.741.
해서체의 진중한 인상과, 오른쪽 위로 들리는 구조는 광장의 힘 있는 인상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세로쓰기라는 쓰임이 일치한 부분도 선택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다만, 작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광장은 원전인 한성체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준크기(28pt)가 원전보다 커져서, 속공간이 더 크게 보일 수 있으므로 가운데를 향해서 결구를 더 조였습니다. 그리고 글자 굵기가 한성체보다 굵어졌으므로, 서로 떨어뜨릴 수 있는 획은 떨어뜨려서 글자가 뭉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무게중심은 기둥선에 가깝게, 오른쪽에 형성했습니다.
광장은 세로쓰기 폰트로, 세로쓰기에 적합하게 공간을 안배했습니다. 따라서 가로쓰기로 사용할 경우 글줄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자간이 불균형해 보입니다. 아주 큰 텍스트나 짧은 글에는 가로쓰기를 조심스럽게 적용해볼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세로쓰기로 사용하길 권합니다.
로마자 알파벳을 디자인 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한글의 인상을 유지하는 것과, 세로쓰기 사용성을 고려하는 것이었습니다.
광장의 라틴 알파벳은 올드스타일을 기반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펜의 움직임이 글자 모양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올드스타일 디자인이, 광장과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드스타일을 기반으로, 세로쓰기를 했을 때 몸선이 너무 흔들리지 않도록 어센더와 디센더는 짧게 조절했습니다.
광장과 어울리는 획 디자인을 그리기 위해, 광장의 한글 형태를 알파벳 디자인에 이식하려고 했습니다. 광장처럼 가로·세로 획 대비가 크지 않게 했고, 광장에서 사용한 곡선의 모양을 라틴 알파벳 디자인에 활용했으며, 한글의 획 디자인 일부를 직접 차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획 디자인은 라틴 알파벳의 펜글씨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펜글씨를 붓글씨로 재해석해서 세리프를 디자인했습니다.
광장은 라틴 알파벳의 커닝을 섬세하게 손보았습니다. 그리고 표준합자(fl, ffl, fi, ffi, Th)를 지원하므로 더욱 고른 조판이 가능합니다.
숫자는 로마자 디자인과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글자의 구조는 세로쓰기를 고려하여 숫자의 상하단을 베이스 라인과 캡 하이트에 맞추어 그렸습니다.
세로쓰기로 숫자를 쓸 때, 한두 자리 숫자는 90도를 돌리지 않고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두 자리 숫자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반각 숫자를 추가했습니다.
아직 이 부분은 그리는 중이거나, 내용이 덜 작성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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